주제가 꼭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주에 개봉하는 영화 두 편에는 비슷한 성질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네요. <조용한 이주>에는 한국계 덴마크인 칼이 <왓츠 러브>에서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인 카즈가 각자 딛고 있는 땅에 완벽히 속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양상들이 본격적으로 혹은 영화의 조건으로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될지도요!
👧🏻 신영 프로그램 팀장 송은지
<조용한 이주>
덴마크 시골 마을. 농장의 나이 든 부부. 열아홉 살 칼은 어린 시절 이 부부에게 입양된 한국계 소년입니다. 칼의 부모도 칼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칼이 보는 시골 마을의 삶은 언제나 낯설기 짝이 없습니다. 말수가 적고 어딘가 순종적인 이 소년의 발은 덴마크에 붙어 있지만, 마음은 기억나지 않는 저 멀리 어딘가를 부유하는 듯합니다. 영화에는 순간순간 현실과 환영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흥미로운 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2023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습니다.
조용한 이주
(The Quiet Migration, 2023)
극 | 덴마크 | 103분 | 12세이상관람가
⦁ 감독 : 말레나 최
⦁ 출연 : 나탈리 포트만, 줄리안 무어, 찰스 멜튼
<왓츠 러브>
꽤 명성을 쌓은 다큐멘터리 감독 조이는 차기 작품의 아이템으로 옆집 사람이자 오래된 절친, 파키스탄계 영국인 카즈의 이야기를 담기로 합니다. 카즈는 가족이 정해준 맞선 상대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는데 그 과정이 흥미롭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결혼에는 느낌이 중요할까 결혼 이후의 노력들이 중요할까. 로맨틱 코메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 사의 영화로 매력적인 배우들, 영국, 파키스탄을 오가는 풍경과 함께 클래식한 난제의 답을 꼼꼼히 채워 나갑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인생 권태기 11살 동춘이와 말하는 막걸리의 판타스틱한 우정과 모험을 그린 성장 드라마입니다. 어른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는 11살 초등학생이 어느 날 모스부호로 말을 거는 막걸리와 만난다는 독특한 발상과 모스부호를 해석하면서 어른들은 모르는 인생의 수수께끼를 알게 된다는 흥미로운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영화 상영 후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연출한 김다민 감독을 초청하여, 김영우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영화에 관한 풍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