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영화관-극장의 물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신영극장을 운영하는 강릉씨네마떼끄는 여름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느끼는 점은 매년 사람들의 변화가 무척 가시적이고 빠르다는 점, 거기에 맞추어 영화제도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따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1년에 단 3일 개최하는 영화제인데도요.

그런데 극장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한번 정립된 공간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기가 어렵고, 그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적으며, 한번 준 변화들은 금세 눈에 익숙해져 버립니다. 침체된 극장가의 분위기를 정면 돌파해 보자고 최근 10년도 더 된 간판을 교체하고, 새로운 극장 트레일러도 제작하면서 여러 새로운 기운들을 불어넣고자 애썼는데요. 많은 분이 간판도 트레일러도 예쁘게 봐주셔서 기쁘지만, 여전히 다른 한쪽에서는 역시 극장은 시대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영화 관람의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에 좌석에 앉아서 모르는 사람들과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게 하는 것 자체에 어떤 새로운 변화를 주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와일드 투어>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배급사 ‘디오시네마’의 의도에 따르면 “이 극장에 가야만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전국의 예술영화관을 통해 순회 상영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신영에서는 2월 14일에 개봉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언제 어디서 상영을 이어나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신영에 발걸음하시는 관객 여러분은 이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각자의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와일드 투어>에는 오직 이곳에서만 상영하고 있는 영화를 발품 팔아서 만나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특별히 영화의 창작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여성의 개성과 연대를 그린 영화 <세기말의 사랑>을 연출한 임선애 감독과 <지옥만세>의 임오정 감독이 관객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러 옵니다.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눕시다. 2월 15일(목) 저녁 7시 상영 후!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연출했던 미야케 쇼 감독의 2018년 작품 <와일드 투어>가 2월 14일부터 신영에서 한 달간 상영됩니다.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가 진행하는 레지던스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영화입니다. 영화 제작의 계기부터 꽤 실험적인데, 영화 역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주인공들의 작은 혼란을 약간은 실험적으로 완성해 냅니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중학교 3학년 다케와 슌이 식물도감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겪게 되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을 눈여겨봐 주세요.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만큼, 청소년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답니다. 이번 상영은 영화 배급사 디오시네마와 함께 예술영화관을 순회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미야케 쇼가 만들어 낸 매력적인 순간들을 꼭 느껴보세요.

한 남자를 두고 애정과 금전과 생활에 복잡한 문제가 얽힌 두 여자의 희한한 연대를 독특한 감성으로 담은 영화 <세기말의 사랑>을 연출한 임선애 감독을 초청하고, 학교폭력으로 이어진 두 여고생의 기묘한 모험과 우정을 그렸던 영화 <지옥만세>의 임오정 감독이 진행을 맡습니다. 영화 상영 후 임선애 감독과 임오정 감독이 나누는 흥미로운 영화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초청: 임선애 감독

●진행: <지옥만세> 임오정 감독

●일시: 2월 15일(목) 저녁 7시 (영화 상영 후 씨네토크)

●장소: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