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은 아파트 분.양.순. 배우 김선영과 이윤지의 소셜 리얼리즘 드라마

혜정은 오랫동안 산업재해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을 하다가 사측의 합의금을 받고 그 돈으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들어간 아파트에는 끊임없이 녹물이 나옵니다. 분양 업체에 문의했더니, 절차와 비용의 문제로 인해 당장 고쳐줄 수는 없답니다. 다른 세대는 멀쩡한데 혜정의 집에만 녹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혜정의 삶은 너무나 고단합니다. 혜정의 주변에는 산업재해와 아파트 대규모 미분양 사태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맴돌고 있고, 그로 인해 가족과 이웃과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과의 관계도 영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갖은 애를 쓸수록 일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져나가서 혜정의 에너지는 고갈되어 버립니다. 영화는 혜정을 통해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그 앞에 선 한 개인의 어쩐지 후퇴하는 것만 같은 순간들을 무게감 있게 그립니다. 혜정 역을 맡은 김선영 배우와 함께 투쟁했던 수인 역할을 맡은 이윤지 배우의 날카롭고 집중력 있는 열연이 영화의 에너지를 극대화합니다.

제르맹은 아내와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둘 중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의 일을 마저 완수하기로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제르맹은 아내가 추던 춤을 마저 추기로 합니다. 근데 그 춤이란 게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무용인데, 중요한 역할을 맡아 공연까지 올려야 합니다. 홀로 남은 제르맹을 걱정하는 남은 가족들이 춤추는 것을 반대할 것은 불 보듯 뻔하고요.

제르맹은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춤을 배워가면서, 함께 춤추는 사람들과 열심히 연습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아 갑니다. 아내 생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아내의 춤을 통해 새롭게 느끼기도 하고요. 이 과정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픔과 단절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속에 새기는 긴 애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소재는 다소 무겁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기운과 춤을 통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제75회 로카르노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